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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ADAC 안전 운전 트레이닝 후기: 내 차로 직접?

2015년 친구와 방문했던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는 ‘운전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반면, 독일 생활 5년 차에 접어들며 경험하는 아우토반과 겨울철 도로는 즐거움보다는 안전과 생존을 위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환경이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2015년 약 10년전의 추억

그래서 독일에서 면허증을 딸 때는 기초 안전 교육부터 법규 등 아주 자세한 부분을 다룬다. 적어도 내 주위에선 면허증을 갓 따고도 운전을 곧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면허 시험 때까지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들여 연습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번에 친구와 함께 ADAC(독일 자동차 클럽)에서 주관하는 안전 운전 트레이닝(Fahrsicherheitstraining)을 다녀왔다. 친구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 가족의 안전을 위해 운전 실력을 점검하고자 했고, 나는 사실 재미 반, 안전 운행을 위한 데이터 확보 반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그륀다우(Gründau) 센터에서 진행된 ‘승용차 기초 훈련(Pkw-Grundlagen-Training)’에 직접 참가해 본 후기를 남겨본다.

1. 프로그램 개요 및 비용 분석

ADAC는 독일 내 차량 관련 행정, 보험, 긴급 구조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이다. 이곳의 트레이닝은 모터스포츠의 쾌감보다는 위급 상황에서의 차량 제어 능력을 체득하는 데 목적을 둔다.

ADAC 운전 트레이닝
ADAC 트레이닝 웹사이트

기본 정보

비용 구조 (1인 기준)

항목비용 (€)원화 환산 (약)비고
기본 트레이닝 (8시간)€189270,000원시기에 따라 변동 가능
일일 보험 (Vollkasko)€1521,500원자차 파손 대비 권장
합계€204약 291,500원식대 별도

BMW 드라이빙 센터와 달리 참가자 본인들의 차로 훈련을 진행한다. 익숙한 차량의 물리적 한계를 직접 시험해 본다는 장점이 있으나, 사고 발생 시 리스크는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 기존 자동차 보험에 자차(Vollkasko) 항목이 있더라도, 트레이닝 중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을 대비해 15유로 내외의 일일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 참가자 구성 및 분위기

오전 8시, 영하 7도의 날씨 속에 훈련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취소가 될까 우려했지만, 아주 극한의 천재지변 이외에는 취소가 없다고 한다.

ADAC Gründau Fahrsicherheitstraining
꽁꽁 얼어붙은 트랙위로…이게 가능하나?

참가자들의 차량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면허를 갓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2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운전자가 구형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왔고, 메르세데스 벤츠 V-Class 밴으로 트랙을 달려보려는 아저씨도 있었다.

ADAC 드리프트
드리프트 시도하시는 아조씨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어린 운전자가 부모와 함께 참석하여 진지하게 안전 교육을 이수하는 모습이었다. 질문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강사는 전직 모터스포츠 선수 출신으로, 기본 진행은 독일어로 하되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인 나를 위해 무전으로 일부 영어를 지원해 주었다.

3. 주행 분석: 테슬라 모델 Y와 물리적 한계

훈련은 슬라럼, 급제동, 원형 트랙 선회, 장애물 회피 등 알차게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8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내 차로 직접 경험해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계까지 끌어 사용한 느낌이다. 모델 Y라서 조금 달랐던 점은 다음과 같다.

A. 물리 브레이크의 재발견

전기차 운용 특성상 회생 제동(One-pedal driving)에 익숙해져 물리 브레이크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아 차량을 즉각 멈추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 주행 분석: 모델 Y의 물리 브레이크 답력은 상당히 무거웠고, 강사의 지시대로 ABS와 ESP를 믿고 최대한의 힘으로 몸무게를 실어 제동을 시도했다.
  • 결과: 평소라면 1년 동안 썼을 브레이크 양을 하루 만에 다 쓴 느낌이었다. 사실 브레이크를 너무 안 써서 TÜV 검사에 통과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관련 포스팅: 테슬라 모델Y 결함과 TÜV 리포트), 이참에 많이 사용해서 위급 상황에서 내 차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 정확한 제동 거리를 체득한 것은 유의미했다.

B. 코너링 급제동 시 차량 거동

고속도로 램프 구간을 가정한 코너에서의 급제동 훈련(속도 60~70km/h)은 개인적으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였다. 예전 한국에서 얼어있는 고속도로 램프를 평소와 같은 속도로 진입하다 스핀 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램프에서는 보통 가감속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비상 상황이라면 무조건 멈춰야 할 경우가 있지 않은가?

실제로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 보니 차량 자세 제어장치가 즉각 개입하여 밸런스를 유지하며 정차했다. 약간의 슬립이 발생했으나 미미했다. 특히 이 점은 내 차량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들도 비슷했고, 스핀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의 문제였지 궤적을 크게 이탈하는 경우는 없었다.

C. 전자 제어 개입과 드디어 드리프트?

원형 트랙에서 젖은 노면을 이용해 차량의 미끄러짐을 제어하는 훈련이 진행되었다. 예전에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몇 번 돌았을 때 드리프트가 잘 안되어서 드라이버분이 택시(동승 체험)를 시켜주셨는데 너무 재밌었다.

독일 테슬라 ADAC Training
친구가 찍어준 영상에서 발췌한거라 이미지 품질이 좋지 않다.

모델 Y RWD는 후륜이고 초반 토크가 확실히 좋아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실력으로는 드리프트의 ‘드’자도 불가능했다. 차 자체에서 VDC를 일부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자세 제어 시스템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두 번 신나게 도전했는데 쉽지 않더라. (나중에 돌아와서 검색해 봤는데 ‘Slip Start’ 모드로 변경하면 일부 기능이 꺼진다고 한다.)

4. 해프닝: 언어 장벽

독일어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로 인해 아찔하고도 재미있는 상황이 있었다.

  • 강사: 장애물(물기둥) 바로 앞에 멈출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생각하여 달려와 멈추라.
  • 나: ‘최고 속도’를 냈다가 물기둥 앞에서 브레이킹 해라.

결과적으로 70km/h로 가속하여 물기둥을 그대로 관통하는 실수를 범했다. 남들은 다 30~40km/h로 밟던데 나중에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강의실로 돌아와서 다들 “개쩔었다(That was awesome)”며 하이파이브를 해주긴 했지만… 아무튼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5. 그래서 또 해?

안전한 한계 시험: 약 200유로(보험 포함)의 비용으로 공도에서는 불가능한 극한의 주행 상황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코너에서의 브레이킹은 새로운 배움이었다.

다양한 차종(밴, 해치백, 전기차)이 동일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결국 어떤 차든 본인이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깨달았다. 단 하루 만에 얼마나 차에 무리가 갈지는 모르겠으나, 진짜 신나게 브레이킹을 해서 하체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닐까 걱정은 좀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추후에 더 심화 과정을 즐기기 위해 와보고 싶다.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면 당분간은 못 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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